유난한 도전과 훌륭한 조직

유난한 도전과 훌륭한 조직

그리스에서 “유난한 도전“이라는 책을 읽었다. 유난한 도전은 토스팀이 달려왔던 길을 얘기하는 책이다. 토스팀은 외부인으로 봤을 때 정말 멋지다고 생각하던 팀 중 하나이다. 이번 책이 나왔을 때, 내부인이 전달하는 현란한 물장구 이야기를 기대하며 책을 구매했다. 책은 생각보다 만족스러웠으며, 이 글은 그 책을 읽고 난 뒤 좋은 조직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기 위한 글이다.

유난한 도전

본인은 토스 내부와 완전히 단절된 사람으로, 완전히 외부인으로서 책을 통해 느낀 점을 말한다. 토스에 있는 친구들과 토스 내부에 대해 얘기해 본 적도 없으며 내가 느낀점이 실체와 다를 수도 있고 브랜딩이 된 외면을 보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 건 상관 없고 내가 생각하는 이데아에 가까운 토스팀이 다시 한 번 재생산 되기 위해 무엇이 핵심일까를 고민하면서 읽었다.

토스의 문화

내가 외부인으로써 공개된 자료를 통해 느낀 토스의 문화는 정말 “가슴뛰게 벅찬” 같은 느낌이다.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과정에 걸림돌 없이 목표를 달성하고 싶어하는 마음을 가진 동료들이 뭉쳐서 엄청난 속도로 밀고 나간다. 또한 절대적인 상급자가 존재하지 않고 자신이 책임지는 프로젝트를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 자율성을 보장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과정에 발생하는 실패를 관용적으로 받아들이며 이전 실패와 상관 없이 다음 타석에 풀 스윙을 할 수 있는 타선으로 인재를 배치한다. 이 세 가지 정도가 외부인이 느낀 토스팀의 성공 조건이다.

많은 스타트업이 자신들의 회사가 그렇다고 말 하지만 실감은 안나는 것 같다. 누구나 이 방법이 스타트업의 정수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능력이나 그런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된 조직을 구성하거나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기에 적절한 규모를 가진 사례를 찾기 어렵다. 정말 극초기 스타트업은 모든 일이 이렇게 돌아가지만, 규모가 조금만 커져도 이런 모습이 발견되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속도를 유지하는 것

책 기준 2019년 코로나 지원금 신청 및 조회 서비스를 만들 때 토스팀스러운 속도가 나왔다고 말한다. 정부 지원금을 신청하는 프로세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목표를 팀원들끼리 만들고 이 목표 달성이 줄 수 있는 임팩트를 상상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 프로젝트에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토스는 2019년도에도 규모있는 스타트업이었지만 메인 페이지에 걸릴 서비스를 개발하는 TF 조직을 자유롭게 구성하고 엄청난 속도로 완성했으며 심지어 대표조차 퇴근할 무렵에나 이 스레드를 확인하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이런 과정으로 서비스 개발이 가능했던 이유는 다음 세 가지 정도인 것 같다.

  • 상급자와 무관한 의사 결정
  • 빠른 공유와 정보 확산
  • 빠르게 테스트 할 수 있는 인프라

상급자와 무관한 의사 결정을 하는 것은 작든 크든 지켜지기 꽤 어려운 것 같다. 작으면 작기 때문에 크면 크기 때문에 상급자의 개입이 들어간다. “우리는 상급자가 없는데요?” 라고 말하는 팀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웬 뜬금없이 한 개발자가 “이거 만들어야겠는데요” 라고 말하면서 스레드를 열고, 여기에 사람이 모여서 프로젝트가 완성되는 과정은 정말 드물게 발생한다. 물론 토스 입장에서도 오랜 시간 동안 회자될 토스 다운 업무 진행이었다고 말할 정도로 자주 있는 일은 아니었겠지만 개인적으로 “그 당시 토스 규모 정도에서도 이런 동작이 가능하구나”라고 생각했다.

빠르게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이상적이지만 본래 목적을 잃고 노이즈가 되어버리는 경우도 자주 있다. 구성원들이 소통하는 채널이 노이즈로 인지되지 않도록 유지해야 한다. 중요한 정보가 확실히 전달되어야 하는데, 이때 “중요한 정보”라는 기준이 너무 모호하다. 모두가 중요한 정보라고 판단하는 기준을 비슷하게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이는 전사적인 비전, 미션이라고 불리는 것들이 유의미하게 구성원들과 합의되어야 할 것 같다. 바라보는 방향이 같으면 어떤 정보를 접했을 때 이 정보가 우리 팀에게 어떤 의미이고, 무엇이 필요한지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알 수 있다. 물론 세부적이고 현실적인 알람 기준, 얼마나 구체적인 정보인지 등을 파악하고 유의미한 범위에게 우선 전달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정보를 보고 각 조직이 어떤 도움을 제공할 수 있는지 자발적으로 참여하며 소통하는 조직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빠르게 시도한다는 것은 조금 관용적으로 표현해서 빠르게 실패한다와 같다. 그러나 실패만으로 끝나면 안되고, 회수되어 팀에게 겸험치로서 흡수되어야 한다. 말은 쉽지만 회수되는 과정도 일이다. 만들었던 코드를 수정하고 데이터나 자료들을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반복되는 시도와 실패를 회수하는 과정을 선형적인 속도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토스팀은 실패를 기본으로 깔고 가던 시기가 있는데, “어짜피 실패할 건데 무슨 리팩토링이야” 같은 느낌으로 개발을 시작하는 것이다. 전재가 그렇다면 논리적으로 미래의 선형적인 개발 속도는 그렇게 중요한 의사 결정 요인이 아니다. 하지만 이는 언젠가 팀의 발목을 잡는다.

많은 스타트업들처럼 토스팀 역시 미래의 선형적인 속도 유지, 안정적인 개발은 당장 중요한 게 아니였으므로 이 작업은 계속 미뤄졌다. 많은 극복 스토리가 그렇듯 토스팀도 대장애 시대를 맞이하고 나서야 속도만큼이나 중요한 포인트가 있음을 인정하고 인프라에 힘을 쏟고 디자인 시스템을 개발했다.

인재 밀도

토스의 문화로 잘 알려진 것들 중 여러 스타트업이 차용해 사용하고 있는 문화들이 있다. 상하 관계가 없는 조직, 정보의 투명성, 상향식이 아닌 자유로운 업무 프로세스 같은 것들인데, 토스가 시작했다고는 볼 수 없고 실리콘벨리의 문화가 적용된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는 대부분의 IT 스타트업에서 이를 당연시하고 있고 이와 반대되는 조직은 스타트업이라 할 수 없다는 수준의 인식이 있다.

“이런 게 스타트업 아니겠어요?”라는 맥락과 대중들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있는데 이는 지금까지는 그렇게 부정적으로 사용되고 있지는 않다. 자유로움, 성공에 대한 욕망 등… 창의적이고 부지런한 이미지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만약 내가 스타트업이라는 주제로 시트콤을 만들면 이 주제로 전체의 1/3 분량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DALL-E가 그린 실리콘밸리 문화

어찌됐든 토스팀은 이런 전형적인 스타트업의 문화를 가지고 성공했다. 토스팀을 보면서 이런 문화가 올바르게 동작하기 위해서는 먼저 인재 밀도가 일정 수준 이상 유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모든 걸 아우르는 주제는 인재 밀도이다. 스타트업에게 “인재”는 상황마다 다르다. 현재 어떤 스테이지에 있는가, 구성원과 팀원이 몇 명인가, 서비스는 어디에서 하고 있는가 등 상황에 따라 회사가 필요한 인재는 많이 바뀌는 것 같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아주 초기부터 유니콘에 도달한 이후에도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인재상이 있는 것 같다. 크게 주도력, 실행력, 논리력 정도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책에서는 토스에서 자랑하는 프로덕트 오너(PO)가 정확히 이러한 능력들을 요구하는 것 같다. 논리적으로 설득적인 가설과 주장을 주도적이고 강하게 몰아붙여 검증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이후 나오는 “인재”는 이러한 능력이 남들보다 월등한 사람들이라고 가정하고 작성했다.

“블리츠 스케일링”이라는 책에서는 회사의 규모에 따라 단계를 나눠 블리츠 스케일링 전략을 설명하는 부분이 있다. 블리츠 스케일링에 대한 내용을 언급하려는 건 아니고, 약 마을(100명 초과 ~ 999명 이하) 단계까지는 적용될 수 있는 인재의 공통 분모가 아닐까 싶다. 그 이상의 기업에는 있어본 적이 없고 프로세스를 경험해보지 않아서 모르겠다.


스타트업에서 상하 관계라는 것은 적대시해야 할 것으로 치부되고 있다. 이런 경향은 오래 지속되었고 이제 어떤 스타트업의 소개 페이지에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써놓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하게 느껴진다. 수평적이라는 뜻은 이상적인 의미로 누군가의 의견에 실질적인 무게가 더 실리는 것이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게 현실적으로 효과적일까? 만약 구성원 중에 비즈니스를 잘 모르는 사람과 잘 아는 사람 사이의 의견이 동일한 경중으로 다뤄지고 절충안을 선택했다면 최선의 선택이었음을 확신할 수 있을까? 또는 설득을 통해 서로의 의견을 좁히는 과정이 더 합리적인 결론에 다다를 수 있다고 쳤을 때 더 경험 많은 사람의 결정을 보고 배우는 것보다 빠르고 효과적인가?

그니까 만약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만들려 “저 동료가 나보다 더 나은 결정을 할 수 있다.” 라는 가정이 필요하다. 가능성을 언급하는 전재이므로 항상 참이지만, 동료로부터 더 나은 결정이 자주 나와야 이 가정을 유지함으로써 얻는 효과가 크다. 따라서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만들고 싶으면 인재 밀도가 높아야 한다.

수평적이라는 것이 회사 의사결정에 자신의 의견이 반영됨으로써 회사에 기여하고 있음을 직접적으로 느끼는 데 도움이 되므로, 구성원들의 만족을 높여준다는 얘기는 부차적인 얘기다. 우리가 수평적일 수 있기 때문에 구성원들은 만족을 느끼는 방향이어야만 한다.

회사 정보의 투명성도 최근 많은 회사에서 가져다 쓰는 문구이다. 회사가 구성원들에게 최소한의 정보(연봉이나 구성원의 프라이버시, 보안 관련 정보 등)를 제외하고 모두 열람이 가능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해서 얻을 수 있는 장점은 무엇일까? 모든 구성원들이 회사와 관련된 많은 정보를 얻음으로써 각자의 문제에 가장 적합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상하 관계와 비슷한 맥락으로 인재 밀도가 높아야 정보 공개도 유의미하다.

하달 방식이 아니라 자유롭게 만들어지는 업무 프로세스는 어떨까? 회사가 유기체처럼 성장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엄청 뜬금 없는 걸 개발해서 넣겠다고 하는 것은 리더격인 사람이 보기에 당황스러울 수는 있는데 만약 이 사람이 진행하고자 하는 일이 회사에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믿을만 하다면 이 프로세스는 굉장히 효율적이고 빠르게 서비스를 성장시킬 수 있다.

인재는 왜 모이는가

책을 보면 토스에는 적기에 최적의 인재가 필요한 역할을 맡아줬다. “마침 ~ 관련된 경험이 있는 OOO가 합류해 이 역할을 맡았다.”는 뉘앙스가 자주 나온다. 물론 현재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할 수 있어 보이는 사람들을 찾았겠지만 이 사람들이 돈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와서 이 역할을 수행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물론 토스는 돈을 많이 주는 조직으로 유명하다.

이런 분들이 모이는 이유가 연봉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가정하고, 책을 읽으면서 그 외 몇 가지가 있을 수 있겠다고 생각한 포인트가 있다. 일단 인재가 가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의 규모와 영향력이 얼마나 될지를 볼 것 같다. 책에서 초반 토스를 견인하던 제네럴리스트들이 더 이상 자신들의 역량을 발휘하지 못할 것 같다며 다음 스탭을 찾아 떠나는 내용이 있다. 본인이 해결하고 영향을 주는 범위가 큰 시점에 합류해 충분히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한 후, 그 시점이 지나가자 퇴사를 하는 모습으로 보였다.

인재 모으는 일반화된 방법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인복은 그야말로 복이 아닐까.

정리

토스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를 보듯 재밌게 읽었다. 마침 뛰어난 조직에 대해 고민하던 시기와도 겹쳐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토스팀이 발전해온 길을 뜯어본 것 같다. 또 이러한 조직이 나타나길 바라고 거기에 내가 포함되어 있으면 좋겠다.

유난한 도전과 훌륭한 조직

https://changhoi.kim/posts/essay/outstanding-team/

Author

changhoi

Posted on

2023-01-11

Updated on

2023-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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