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간 서비스 개발 후기 (사업화 실패하는 데 성공)

4개월 간 서비스 개발 후기 (사업화 실패하는 데 성공)

지난 21년 1월 2일부터 시작해서 4월 30일까지 열심히 노력해온 서비스의 사업화가 실패로 돌아갔다. 실패로 돌아갔다기 보다, 결과를 보지 못하고 정리하게 되었다. 4월 30일은 예비창업패키지가 선정되는 날이었다. 결과적으로 심사하시는 분들을 설득하는 것에 실패했고, 팀원들과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클로즈 베타 중인 서비스를 종료하고, 코어 컨셉만으로 동작하는 서비스 상태로 둘 예정이다. 이 기록은 4개월 동안 어떤 것을 배웠는지 회고하는 글이다.

이 글이, 그니까, 누군가에게 배웠던 걸 가르치고 싶어서 쓰는 내용이 절대 아니다. 이 글은 순전히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이다.

우리 서비스는 망고테이블라는 서비스로, 만다라트 차트로 프로젝트를 계층적으로 분할하고, 서브 프로젝트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시각화 대시보드를 제공해주는 서비스를 기획했다. 기존 칸반 시스템으 포괄하면서, 서브 프로젝트를 포괄할 수 있다면, 충분히 이 치열한 시장에서 고개를 내밀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망고테이블 이미지
우리의 망고테이블 로고…

나는 창업이 좋은 것 같아!

나 개인적은 특성으로서도 한 두가지 느낀바가 있었다. 나는 창업을 천 억을 모을 수 있는 나와 가장 잘 맞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서비스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고, 내가 좋아하는 서비스를 만들 때 정말 행복감을 느끼는 편이다. 이번 프로젝틀르 진행하면서도 물론 압도적인 작업량과 미래의 작업량을 생각하면 어지러울 정도로 힘든 적도 많았지만, 결과물이 눈에 나타나기 시작하는 점에서는 정말 재밌었다. 창업을 지금 시작한 계기는 졸업 전에 꼭 한번 만들어 보겠노라고 생각하던 서비스이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학생으로서 받을 수 있는 많은 창업 관련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졸업이 1년 남은 시점에서 시작한 것은 좀 아쉽긴 했지만 (만약, 예비창업패키지만 되었다면? 1년 이상은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확실한 성패를 1년 안에 확인하지 못 할 수도 있겠다는 걱정을 했다.) 결과적으로 정말 깔끔하게 망했기 때문에, 시간 낭비가 딱히 없이 좋은 경험으로 남았다.

그러나 창업가가 나와 잘 맞을까? 나는 엔지니어 역할을 하는 것이 더 즐겁다. 나는 대표로서 재원을 끌어모으기 위한 활동을 할 때, 물론 미래를 그려보면서 느꼈던 즐거움도 있긴 하지만… 개발을 할 수 있다면 개발을 하는 상태가 더 좋았던 것 같다. 한 가지 가능성 있는 예상은, 서비스의 PMF가 잘 맞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내가 봐도, 언제쯤 트렐로보다 쓸만하다고 생각되는 서비스가 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항상 많았다. 만약 내가 만들던 서비스의 PMF가 잘 맞아, 좋은 반응을 가져올만 했다면, 이런 대표로서 비개발적인 작업 역시 즐겁게 할 수 있었으려나?

팀원

창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가장 답답한 부분은, 좋은 팀원을 어디에서 구할까에 대한 고민이다. 나는 시작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주변에 개발하는 친구 한 명, 디자인 하던 친구 한 명을 꼬셔서 시작했다. 다들 돈을 바란다기 보다는 서비스를 만들어보는 경험을 하고 싶었던 학생이었다는 점이 팀원으로 들어오는 데 큰 이유가 된 것 같다. 창업을 시작할 때는 4인으로 시작했으나, 4월부터는 3인 체제로 바뀌었다. 아주 대단치 않은 조직이었으나, 그 조직 안에서도 공동 창업 멤버로서 부적합하다고 판단되어 한 팀원을 내보내는 선택을 했다. 원인은 내가 판단했던 능력보다, 경험치의 부재가 더 큰 친구였기 때문인데, 초기 팀의 방향에서 눈에 띄는 도움을 줄 수 없었던 친구였다. 이 과정에서 느꼈던 점은, 명백한 JD를 수행할 수 없다면, 특히 초기에 팀원으로 데려오는 것에 대해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점이다. 같이 하게 된 친구도 친밀한 관계의 친구였는데, 지난 약 6개월 동안 목표에 집중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어서 같이 해도 충분히 금방 역할을 해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함께 했는데, 쉽지 않은 동행을 했던 것 같다.

남은 두 팀원들은 그 뒤로도 정말 열심히 뛰어주었다. 돈 한 푼도 못 주는 창업이었지만 기량을 펼쳐주고 발전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신기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짧지 않은 시간을 함께한 것만으로도 원하던 것 중 하나를 이루긴 했다고 생각이 든다.

정리하자면, 팀원은 내가 지내왔던, 경험한 곳에서 지인들이 주로 오게 되는 것 같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전혀 모르는 사람하고 하루 아침에 만나서 공동 창업자로 뚝딱 변모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직장에서 나는 그런 케이스이긴 했다.) 또, 팀원을 모시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역할에 대해 충분히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나의 능력의 한계를 커버해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인지, 또 창업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사람인지, 같은 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인지, 창업가가 지시하지 않아도 많은 의견을 개진해주고, 스스로가 서비스를 발전시켜줄 수 있는 사람인지 등…. 창업을 하면서 “대표는 원래 외롭게 결국 혼자 이끌어야 해” 라는 말을 들었다. 위에서 언급했던 것들을 해줄 수 있는 공동 창업 팀원을 만난다면 최소한 혼자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은 최소화 할 수 있을 것 같다.

서비스

초기 스타트업에 조인한 개발자는 으레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내가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데, 내 기여도는 적어도 절반 아니야?” 필자는 사실 초기엔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개발자나, 디자이너와 같은 실무자들의 지분이 상당히 높다고 생각했던 개발자이다. 절대 틀린 말은 아니지만, 과장 해석할 필요가 없다. 서비스를 만드는 건 서비스를 성공시킨다와 동일하지 않다. 서비스를 성공시키는 것은 비개발적 영역일 확률이 높은 것 같다. 절반은 서비스 개발, 절반은 그 외 사업의 영역이라고 본다. 오히려 지분으로만 냉정히 보자면, 대표가 왜 90퍼센트나 가져가야 해라는 생각을 싹 없애도 좋다. 망한 사업의 대표들도 열심히 했겠지만, 성공한 사업의 대표는 90퍼센트 이상을 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아이디어, 기획도 하고 개발도 하는데, 그럼 내가 서비스를 만들고 있는 거 아니야?” 맞지! 그런데 사업은 서비스를 만드는 게 아니고, 돈을 벌어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도 본인이 하고 있으면 본인이 대표 해야지. 나는 대표를 지내면서, 돈을 벌기 위한 준비 과정을 맛봤다고 생각하고, 그 과정 조차 쉽지는 않구나라는 걸 느꼈다.

마켓 핏이 잘 맞지 않는 사업은 끌고 가지 않는 게 무조건 맞는 것 같다. 시장을 개척한다는 발상은 너무나 훌룡하고 존경스러우나, 너무 어렵고 가능성이 적은 일인 것 같다. 가장 크지만, 우리가 신경 써야 할 일부분이 줄어든다는 것이 PMF가 잘 맞는 아이템을 선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서비스는 어땠을까? 우리 서비스는 사실 상상으로는 굉장히 사용할만 하다. 이것 또한 나의 상상이고 부딪혀 봐야 아는 거지만, 잘 만들기만 하면 된다. 잘 만들려면 시간과 인력이 필요한 부분이 있었고, 인력을 충원하기 위한 재원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사이드 프로젝트로 돌리고, 초장기적으로 한 번 끌고 가보려고 한다.

이 서비스를 포기한 상태는 아니다. 어쨌든 재밌겠다라고 생각했던 서비스라 그런지, 재밌게 개발했고 앞으로 사이드 프로젝트로 돌린 후 경험하고 싶은 것들이 꽤 많다.

초기 과정은 짧게, 근데 이제 완성도를 곁들인

우리에게 초기 과정은, MVP를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MVP는 가볍게 만들었지만, 우리가 원하는 바를 충실히 수행하는 상태는 아니었다. 무엇이든 예창패를 위해 지표를 만들 생각이었고 클로즈 베타를 빠르게 냈다. 속도는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우리가 Product Hunt에 게시하고, 클로즈 베타를 위한 유저풀을 모은 뒤, 메일을 통해 클로즈 베타가 오픈되었음을 알렸는데, 사람들이 우선 사용하기 위해 접근하지 않았다. “서비스가 별로네요. 쓰기 힘들듯 합니다.” 이런 느낌도 아니라, 메일을 통한 접근 정도가 정말 작았다. 그래서 다시 한다면, Product Hunt에는 클로즈 베타가 준비된 상태로 서비스를 올리고, 프로덕트 헌트를 통해 접근한 유저에게 서비스를 열어주는 방식으로 하고 싶다. 이 방식이 훨씬 많은 피드백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너무 초조해 하지 말고, 천천히 칼을 갈 수 있는 마인드 셋이 있었다면, 사용한 유저 수도 늘고, 더 좋은 사용자 경험을 줄 수 있었을 것 같다.

그럼 이제?

역량을 기르고 주변에 더 좋은 사람들을 만드는 과정을 지내야 할 것 같다. 언젠간 다시 창업을 도전 할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아주 훌륭한 팀원들고 함께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 학점은 얼마 안남았지만, 아직 졸업까지 한 학기가 더 남아있고 공부할 시간이 충분히 있으니까, 열심히 기본기에 대한 공부랑 그동안 미뤄왔던 개인 프로젝트들을 정리해서 블로그도 다시 시작해야겠다. (지금 쓰겠노라고 리스트업 해놓은 글만 해도 좀 많다.)

4개월 간 서비스 개발 후기 (사업화 실패하는 데 성공)

https://changhoi.kim/posts/logs/20210501/

Author

changhoi

Posted on

2021-05-01

Updated on

2021-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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