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창업 1년 차 회고
2019년 1월 1일 개발 공부를 시작하며 이 블로그를 쓰기 시작했고, 벌써 6년째이지만 이제는 창업가와 개발자 사이에 어중간한 위치에 있는 사람으로서 ‘창업 1년 차’라는 이름으로 회고를 처음 써본다. 제목을 이렇게 정하니까 굉장히 색다른 느낌이다. 작년의 나는 꿈을 확정하고 꿈을 이루기까지 나에게 방해가 되는 요소를 제거하는 한 해를 보냈고 이번 해는 실제로 창업에 뛰어들었던 첫 번째 해였다. 창업하면 일반적으로 정말 대부분의 영역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상태가 되어 엄청난 성장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번 해는 배운 게 너무 많아서 추리는 과정이 더 오래 걸렸다. 추려낸 것들을 기록하지 못해 아쉬울 정도로 재밌는 한 해를 보냈다.
창업을 시작하고 블로그에 한 차례도 글을 남기지 않았다는 걸 후회하고 있다. 사실 중간중간 쓸 일이 있었지만 23년 회고 글 다음이 24년 회고 글인 모습도 궁금했다.
2024년의 목표
24년 1월 1일 역시 새로운 1년 목표를 만들었는데, 다음과 같다.
- 서울에 집을 구한다. (출가!)
- 창업을 유지할 수 있는 돈이 들어온다.
- 창업 팀을 꾸린다.
- PMF를 찾는다.
- 건강해진다.
- 책을 15권 이상 읽는다 (AI, 비즈니스, 인간에 대한 책 각각 5권씩!)
지금 상황을 요약하자면 서울에서 지내고 있고, 창업을 유지할 수 있는 돈이 들어오는 상태다. 책도 15권 이상 읽었다. 하지만 건강해지는 건 실패한 것 같다. 오히려 퇴보한 것 같다. 그리고 퇴보의 대부분은 4Q에 발생했다.
이번 회고는 아직 말하지 않은 두 가지에 초점이 있다. 창업 팀 찾기와 PMF를 찾기 위한 여정이 이번 연도에 주된 목표였다. 책도 너무 재밌게 읽어서 기록하고 싶은 게 너무 많지만, 이 부분은 별도로 기록 해보려고 한다.
2024년의 목차
퇴사를 하며, 그리고 창업을 위한 여러 준비를 하던 초반 시기를 지나 프로덕트를 만들고 공동 창업자를 찾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을 만나던 중반 시기, 그리고 앤틀러(Antler)라는 글로벌 VC가 운영하는 스타트업 제네레이션 프로그램(이하 앤틀러)에 참여하는 후반기로 나눠진다. 아이템 찾기와 사람 찾기 모두 이 구분으로 크게 나눠진다.
준비 창업 완료
올해 1Q는 창업 준비를 하며 보냈다. 1월 2일에 팀 리더님에게 퇴사 의사를 전달했고 오늘의집 사람들과 퇴사 계획을 만들기 시작했다. 나는 언제 퇴사할 것이며 그 기간 월루하지 않기 위해 어떤 일을 할 것인지, 인수인계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얘기했다. 퇴사 과정 자체가 깔끔했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지저분하지도 않았다. 앞으로 현금이 중요해지는 나의 입장에서 회사의 마지막 정을 모두 챙기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연봉 협상이라든지 스톡옵션을 채울 정도로 오래 기다릴 수는 없었다. 그래서 2월 말 퇴사가 결정되었다. 그 사이 기간 나는 (회사 일 제외하고) AI를 공부하고 사람들을 슬슬 만나기 시작했다.
AI 기술을 알아보자
올해 초에 지금 시점, 다시 읽는 W라는 아티클을 읽었다. 23년에 SORA 데모를 보면서 다음 W가 AI임을 확신한 내가 떠올랐다. 그러면서 AI에 관한 공부를 시작했다. AI를 위한 기본적인 수학과 기술적 기반이 되는 개념을 공부했고 모델을 사용하는 입장으로서 어떻게 모델을 쓰는지에 관한 공부도 많이 했다. 기본과 기술 자체에 관한 공부를 할 때 흥미로운 점도 있었지만 이걸 내가 직접 만들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마치 내가 컴퓨터의 컴포넌트와 프로토콜들이 어떻게 네트워크를 만들어내는지는 이해하고 있지만 직접 만들 필요는 없는 느낌으로. 나는 사용자의 관점에서 어떻게 하면 모델을 더 잘 쓸 수 있는지에 집중해 공부하고 실습했다. 자연스럽게 Prompt Engineering, LLMOps 등을 많이 공부하게 됐다.
다행히 이때 내린 나의 판단은 꽤 훌륭했던 것 같다. 지금까지도 적절하게 공부한 기본 개념 덕분에 모델을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것 같고 무엇보다 그때 많이 공부했던 응용 레벨의 지식을 지금까지도 잘 사용하고 있다. 특히 중간에 만들었던 프로덕트가 Lovable, Marblism 같은 Full-stack AI를 만드는 것이었는데, 이때 AI 사용을 굉장히 빡세게 하면서 단순한 것보다는 조금 더 많은 걸 공부하고 사용해 봤던 것 같다.
AI 비즈니스를 알아보자
기술 공부를 하면서 동시에 AI를 사용한 비즈니스를 같이 공부했다. 케이스 스터디에 가까웠는데 AI 리서치 클럽이라는 활동을 했다. VC 호스트가 AI와 관련된 비즈니스에 대한 인사이트를 나눠주고 읽기 좋은 아티클을 전달해 주면 사람들이 이를 읽고 공부하는 형식의 스터디였다.
‘지금 시점, 다시 읽는 W’라는 아티클도 여기서 소개를 받았고 이것뿐만 아니라 재밌는 아티클을 많이 소개받아서 소장하고 있다. 사실 이걸 처음 시작할 때는 AI의 흐름에 타고 싶은 창업가를 만나보고 싶은 생각이었는데 아쉽게도 여기서 더 연락을 이어간 사람은 없긴 하다. 하지만 활동 자체가 꽤 마음에 들었다.
지금 시점, 다시 읽는 W
한 외과 의사는 지인에게 특별한 강연에 초대를 받았다. 바쁜 시간을 쪼개서 갔더니 강연자 W는WWW
를 칠판에 적고 ‘인터넷이 세상을 지배한다’는 주제로 강연했고 외과 의사는 미친 소리라며 강연에 초대한 지인을 구박했다. 반면 이를 같이 들은 친구는 W를 찾아가 더 알려달라며 따라다니고 인생을 건 배팅(사업)을 시작했다. 그 사업은 2조가 넘는 사업으로 성장했으며, 강연자 W는 이재웅 대표님이라고 한다. 외과 의사는 ‘같은 강연을 들었는데 왜 본인은 미친 소리로 듣고, 다른 친구는 인생을 건 배팅을 할 수 있었을까?’에 대해 고민했고 제레미 러프킨으로부터 답을 얻었다고 한다.지금의 문명에 ‘인류가 기여했다’라고 말하곤 하지만 사실은 인간의 역사는 1%가 만들어낸 역사라고 말한다. 1%는 새로운 문명을 개척하고 99%의 인류는 “세상 참 좋아졌다.”, “기술 발전이 참 빠르다.”라고 말하며 세상을 따라가는 ‘잉여 인간’이라고 말한다.
1% 중에서도 크게 둘로 나눠지는데, 0.1%는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내는 사람이고 0.9%는 통찰력을 가지고 그 세상으로 뛰어든다. 이야기에서 이재웅 대표님은 0.1%, 친구는 0.9%, 외과 의사는 99%이고 포드가 0.1%, 록펠러는 0.9%, 그 외는 99%인 것이다.
인터넷은 이미 성공으로 판명 난 인류 문명 혁신이다. 따라서 우리가 이 글을 읽더라도 적어도 0.9%가 되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불확실한 현재 상황에서 돈키호테와 진짜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회사를 퇴사한 시점부터 크게 2개의 Phase로 나눠진다. 앤틀러 참여 전(Before Antler)과 앤틀러 참여 후(After Antler)이다. 공동 창업자를 찾는 과정에 대한 회고와 PMF를 찾는 과정에 대한 회고 모두 적용되는 구분법이다.
공동 창업자를 찾기 위한 여정
창업을 하면서 1월 1일부터 사람을 만나기 시작했으나 본격적으로 공동 창업자를 찾을 목적으로 사람들을 탐색하는 건 3월 초부터인 것 같다. 내가 사람을 만났던 채널은 앤틀러를 제외하면 지인의 소개, LinkedIn에서 직접 연락드리기, Y Combinator의 Co-Founder 매칭 플랫폼이었다. 앤틀러 외에 거의 50분 가까이 뵌 것 같고 앤틀러에서는 80명 정도 되는 인원을 만났다. 당연히 너무 인상 깊었던 사람도 있고 와중에 많이 친해졌던 사람도 있다.
공동 창업자를 찾다 보니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컴포트존에서 벗어나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됐다. 많은 분으로부터 자신들의 여정에 대해서도 얘기해주고 비슷한 상황을 바라보는 신선한 생각을 얻고 재밌게 얘기해 볼 수 있었다. 지금 회고 쓰는 시점에서 생각해 보니 앞으로 이런 사람들과 더 많이 만나게 될 거고 그런 사람들하고 일하게 될 것으로 생각하면 희열감을 느낀다.
어떤 사람과 같이 오랜 시간을 보낼 수 있나요?
그러나 기쁜 건 기쁜 거고 공동 창업자를 찾는 여정 자체는 너무나 험난했다. 아마 작년에 퇴사 준비를 하면서 ‘어떤 사람과 함께 일해야 할까?’에 대한 생각을 조금씩 했던 것 같다. 그리고 1월 1일부터 사람들을 조금씩 만나보면서 이 생각을 구체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과거 나는 공동 창업자의 자리를 내려놓고 퇴사를 결정한 적이 있다. 나의 이러한 선택은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 협상 자체는 사소한 문구들까지 검토하면서 얘기를 나눴지만, 사실은 큰 원인은 하나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창업 말고도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았다. 엄청나게 잘하는 엔지니어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아주 컸고, 막연하게 미국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당시 나에게 공동 창업자 자리는 이 둘을 만족시키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길이 아니었다. 그래서 계약서상 오랜 기간을 헌신해야 하는 역할에 큰 고민을 했던 것 같다. 다른 말로 하자면 나는 공동 창업자로서 적합한 인물은 아니었다. 투자 직전에 이런 결정을 내리고 나오게 된 것은 어찌 보면 팀에게 다행일 수도 있지만 창업을 하는 이 시점에서 다시 생각해 보면 대표님이 짧게나마 고통을 느끼셨으리라는 짐작도 한다. 어찌 됐든 나는 ‘내가 지금보다 더 성장했을 때, 또 이러한 좋은 기회가 올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나의 발목을 잡던 다른 목표를 해치우러 떠났다.
지금은 그런 것들을 모조리 해치웠고 남은 인생의 목표가 창업을 통해 달성할 것들만 남았다.
나는 훌륭한 사람과 최대한 오래 붙어 회사를 만들어내고 싶다. 그러려면 적어도 나는 ‘19시즌 김창회’ 같은 사람은 걸러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창업의 동기였다. 왜 창업을 하고 싶어 하는가? 꽤 오랜 시간을 이 여정에 걸어도 괜찮을 만큼, 창업 말고는 이룰 수 없는 어떤 인생의 최종 목표가 있는 건가를 열심히 들어보려고 했다.
그리고 그 당시 ‘어떻게 하다가 팀이 깨질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몇 가지를 만들어봤다.
- 나만큼 꿈이 큰 사람: 아마도 오랜 기간 같이 할 사람이라는 기준이 있기 때문에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꿈의 크기는 목표하는 비즈니스의 크기라고 생각해 봐도 좋을 것 같다. 우여곡절 끝에 PMF를 찾더라도 정말 끝까지 갔을 때 캡이 제한적이라고 확실하게 판단되면 과감하게 다른 걸 해보자고 말해줬으면 좋겠다.
- 도메인에 특정되지 않는 사람: 어떤 특정 도메인에 엮여있다면 그 영역에서 문제를 찾기에 실패했을 때 팀이 와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다.
- 일이 즐거운 사람: 일을 많이 하는 것 자체에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고 즐겁게 일했으면 좋겠다.
- 배우는 것에 자신 있는 사람: 생소한 영역에서도 ‘배우면 되지’라는 마인드가 필요하고 순수 지능과도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여러 도메인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 된다.
앤틀러 전까지 대충 4~50명을 만나면서 얘기하면서 느낀 점은 위 네 가지는 몇 번 얘기해 본다고 짐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 즐겁게 하기 능력 평가, 배우기 자신감 자격시험 같은 걸 만들 수 없는 아주 개인적인 기준표를 가지고 타인과 얘기하므로 서로 같은 단어를 쓰더라도 서로 다른 모습을 그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창업 동기까지만 열심히 물어보고 나머지는 얘기는 해보지만, 함께 뭔가 해보면서 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Before Antler(BA)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앤틀러 시작 전까지 LinkedIn, YC Co-Founder Matching을 애용해다. 그때 만난 분들과 같이 뭔가 해보지는 못했다. 왜 그랬을까? 창업을 하는 사람 중에서 공동 창업자를 찾는 것에만 몰두하며 다른 것을 손 놓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다들 들고 있는 아이템 한두 개는 있고 거기에 관심 있는 사람을 찾게 된다. 근데 서로 창업을 하려고 하는 둘이 방금 만나서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아이템을 같이 해보지 않겠냐고 했을 때 상대가 그에 동의하며 시작되는 케이스가 얼마나 있을까 싶다. 그래서 사실 내가 지금 하고 있던 아이템을 멈추고라도 같이 일을 해보는 것에 초점을 맞춰봤더라면 어땠을까?
반면 저 기준들이 생각보다 까다로운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생각보다 까다로워서 지금 하는 걸 멈추고 ‘이 사람과 뭔가 더 해봐야겠어’라는 생각이 잘 들지 않았던 것 같다. 특히 창업 동기가 창업이 아니라면 이룰 수 없는 무언가가 있으면서도 어떤 특정 도메인에 묶이지 않은 사람은 양립이 어려운 조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나 역시 에너지라는 도메인에 최종적으로 접근하고 싶다는 목표가 있다. 다만 이 목표는 인생의 오랜 기간을 거쳐 점진적으로 도달할 목표라고 생각하다 보니 지금 특별히 이 도메인에 묶이지 않게 된 것이다. 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어떤 특별한 도메인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것도 아니면서 엄청 오랜 시간을 여기에 쏟아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보기 쉽지 않다.
앤틀러를 했다는 것은 결국 이 기간에 공동 창업자를 찾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정말 감사한 인연들을 많이 만났다. 당장 창업에 뜻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프로덕트를 만들 때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셨던 분들도 있고, 심지어 여름 동안 집의 방 한 칸을 내어주신 분도 만났다. 정말 뭐라도 행동해야 이런 인연도 생기고 조금씩이라도 앞으로 간다는 걸 많이 느꼈다.
에어컨이 없어 너무 더운 여름에 출가를 도와주신 고마운 분을 YC를 통해 알게 됐다. 서로의 타이밍이 안 맞아서 함께 팀을 이루지 못했지만, 여름 동안 서울에서 지내면서 많은 사람을 더 쉽게 만날 수 있었고 지금 지낼 집을 찾는 것도 수월했고 무엇보다 탈 없이 지낼 수 있었다. 창업에 대한 이해도 높은 분이라 가끔 나의 상황에 대한 의견을 여쭤보기도 했다. 앤틀러 직전 기수를 하셔서 앤틀러를 추천해 주셨고 최종적으로 앤틀러를 하기로 결정하게 되기도 했다. 내가 드린 도움은 한 개도 없지만 언젠간 도움을 갚을 날이 생기길 바라면서 연락은 가끔 하고 있다.
내가 하고 있던 프로덕트에 관심이 있으셔서 같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던 사람도 있다. 중간에 아이템이 바뀌면서 사실 관심사에서 멀어졌을 수도 있는데 그다음 아이템까지도 도움을 주셨다. 이 사람도 정말 똑똑하고 배울 점 많은 친구로 잘 지내고 있다. 이분에게도 언젠간 도움을 드릴 수 있길 바란다.
After Antler(AA)
앤틀러는 내가 ‘창업가를 찾고, 연락드리고, 얘기를 나눠보고’ 하는 사이클의 대부분을 해결해 주는 고마운 프로그램이었다. 나는 애초에 목표를 많이 두고 다음 액션을 결정하는 사람은 아닌지라 오직 ‘공동 창업자를 찾자’라는 목표만 생각하고 앤틀러에 참여했다. 그러나 80명 정도 되는 창업가들을 만나면서 공동 창업 여부와 상관없이 귀중한 인연도 생기고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들도 몇몇 바뀌는 경험도 했다.
공식적인 활동 기간 동안
그러나! 여전히! 공동 창업자를 찾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창업하겠다는 인재를 80명이나 모아놔도 각자의 기준에 따라 같이 창업을 할 사람과 아닌 사람을 확실히 구분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80명이나 되는데 언제 다 맞춰보지~’ 이런 고민은 별로 의미가 없는 고민이 된다. 공식적으로 한 달 반 조금 넘는 기간 동안 10번 정도 팀을 바꿔가면서 아이템을 만들어보게 되는데 이때 정말 많은 사람들과 같이 해본 것 같다. 특히 나는 거의 겹치지 않고 사람들하고 팀을 맞춰봐서 더 많이 해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중 두 번은 공동 창업자끼리 해야 하는 50개의 질문(앤틀러에서는 한글로 간단히 번역된 걸 제공해 주는 것 같다!)도 해보고 지분에 대한 얘기도 깊게 하는 등 창업 팀으로 발전해 가는 경험도 있었다.
첫 번째 팀은 개인적으로 기대가 되는 팀이었지만 많은 걸 해보지는 못한 상태로 끝났다. 공동 창업자분이 앤틀러 활동을 하다 보니 생각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도메인이 정해져 있는 것 같다고 하셨다. 그리고 그 부분이 내 생각에는 좁아서 위에 얘기했던 기준에 부합하지 않았다.
생각보다 앤틀러 참여자 중 이런 경우가 종종 있었다. 도메인에 특별히 묶이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하다 보니 관심 있는 도메인 외에는 하지 않고 싶어 하는 경우이다. 나도 그런 게 아예 없는 건 아니었지만, ‘꼭 하고 싶은 도메인’이 생기기보단 ‘하기 싫은 도메인’이 생겼다. 보통 최종 모습을 상상했을 때 그 규모가 상당하면 재미를 느꼈지만 에듀 테크에는 흥미를 못 느꼈다.
그다음 팀도 이상적인 팀을 만났다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일하는 방식이 잘 안 맞아서 팀이 와해됐다. 이때 만나 뵌 형님들은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라 배울 점이 너무 많고 친절하시고 오래오래 친하게 지내고 싶은 사람들이었지만 일하면서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몇 번 발생했다. 지금도 돌이켜 생각해 보면 서로의 긴밀한 피드백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있다. 워낙 이상적이라고 느꼈던 탓인가 내가 계속 지랄 지랄했던 것 같기도 하다. 정말 비범한 무언가를 만들어보자며 만난 사람들에게 누구에게든(나는 당연히 포함해서) 충족하기 어려운 강도 높은 기준을 요구하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당시 팀의 리더분은 그 시점의 불협화음이 아마도 조율하기 어려운 성질의 차이라고 보신 것 같다. 아마 이런 마찰 자체는 내가 이번에 지랄 지랄하지 않았어도 언젠간 나왔을 것 같기 때문에 잘못된 선택을 하신 것 같지 않다. 이때 나 스스로에게 실망스러운 일도 있었고 유지 가능한, 그러면서도 정말 Outstanding 한 팀을 만드는 것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하게 됐다.
당시 생각과 행동이 지금 아주 많이 달라진 건 아니다. 여전히 공동 창업자에게, 특히 대표에게 이런 어려운 것들을 해내길 바란다. 그래서 내가 대표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부인
앤틀러에서 마지막 팀이 와해되고 우연히 LinkedIn을 통해 알게 된 앤틀러 외부 창업가와도 힘을 맞춰봤다. 이때는 앤틀러에서의 활동과 다르게 프로덕트를 하나 잡고 만들면서 시작했다. 간만에 이렇게 외부에서 ‘일단 해보자’ 같은 느낌으로 시작해 보니 기분이 묘했다. 매우 날카롭게 문제 정의하는 데 시간을 엄청나게 쓰는 앤틀러에 익숙해져서 불편함이 있긴 했다.
당시 내가 만들던 아이템은 내가 공감하기는 어려운 제품이었지만, 팀에서 이걸 메인으로 하기보단 팀끼리 AI 프로덕트로 돈을 버는 경험을 만들기 위한 제품이었다. 이 제품을 만드는 데 대충 3주를 꽉 채웠다. 그다음 4주 차가 되는 날에 공동 창업자로 괜찮은 사람이었을지 여쭤봤다.
3주까지는 이미 계획된 프로덕트를 만들었으니. 프로덕트를 주도적으로 만드는 모습을 더 보면 좋겠다고 하셨다(토시가 모두 다른 것 같지만 뭐… 이런 뉘앙스였던 듯). 그리고 지금의 모습으로는 판단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하셨다. 이걸 여쭤보면서도 그런 답을 주실 것을 예상은 했지만, 어차피 같이하게 되면 내가 당분간 메인으로 사용할 능력치를 보여드린 것이기도 하고, 말씀하신 그런 주도적인 모습이 4주 차까지 안 보였다면 아마 이후에도 만족하실 만큼 보여드릴 순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공식적인 엔틀러 일정이 곧 끝나가서 공동 창업자를 찾을 기회가 줄어들 것 같아 여기까지 맞춰보는 걸로 하고 팀에서 나오게 됐다.
결과적으로 나의 상대적 부족함으로 함께 창업하지 않게 됐다. 말씀하신 역량이 정말로 부족했던 것이라고 생각이 들진 않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내가 보여주지 못한 거라서 어떻게 일해야 이런 부분이 드러날까, 왜 잘 드러나지 않았을까 하는 고민을 해보게 됐다.
대표님이 그간 일한 걸 월급으로 주려고 하셨는데 나도 같이 일해보기로 한 주체인데 돈 얼마 달라고 하는 것도 좀 이상한 그림이고… 뭐 결과 낸 것도 없기도 하고… “다음번에 제가 도움받을 일이 있겠죠.”하고 마무리 지으려고 했지만, 대표님이 정말 비싼 밥을 사주시는 걸로 마무리됐다. 같이 일할 때 대표님이 ‘자신이 사회적 자본을 잘 쌓아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다’고 하셨는데 이렇게 여러 해를 일하셨다면 사회적 자본이 잘 쌓였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같이 창업하진 않지만, 종종 인사드리면서 친하게 지내면 좋겠다는 생각했다.
물론 밥 잘 사줘서 사회적 자본이 쌓였다고 말씀하신 건 아니다. 이루어온 업적을 통해 주로 획득하셨겠지만 사회적 자본이란 종합적인 거니까. 종종 인사드리고 싶은 것은 맛있는 저녁을 사주신 것과 관계가 희미하다.
3주 동안 만든 프로덕트는 자꾸 iOS의 거센 반대에 좌절됐다. 다 만들었으니 올리는 것까지 도와드리겠다고 했는데 맛있는 것만 얻어먹고 지금까지도 못 하고 있다는 사실에 우울감이 든다.
돌아온 탕아
외부에서 열심히 힘을 맞춰보고 다시 앤틀러 내부로 돌아왔다. 당시 계획은 두 개 있었다. 앤틀러 안에서 다시 한번 같이 창업할 사람을 찾거나, 혼자서 아이디어를 깎고 프로덕트를 만드는 것이다.
일단 내부에 있던 사람 중 그래도 합이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분들과 얘기를 간단히 했고 그중에서 첫 번째로 팀을 이뤘던 분이 도메인이 좁아졌던 것이 해소가 되었고 팀도 따로 없는 상태가 되셨다고 해서 다시 팀을 꾸려서 무언가 해보고 있다. 이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특별히 잘 안 맞는 부분이 없던 팀이라 아직도 걱정되는 부분 없이 프로덕트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래서 공동 창업자를 찾겠다는 24년도 목표가 하나 해소된 상태이다.
한때 YC 매칭 플랫폼에 안 들어가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자 YC가 뭔가 메일을 보내줬는데, 거기 내용에는 공동 창업자를 찾는 사람의 중간값은 100일, 20%는 8개월이 걸린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니 쉽게 포기하지 말라는 얘기였다.
나는 3월부터 찾아 나섰으니까 거의 9개월 조금 넘게 걸렸다. 거의 8등급에 해당하는 속도. 기준을 낮추지 않고 신중하게 사람을 만난 것으로 생각하고 싶다. 만약 공동 창업자를 찾고 나서 시작한 사람이라면 남들보다 이 기간을 아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퇴사하지 않고 공동 창업자를 찾는 것은 좋은 팀을 만들 가능성을 낮추는 것 같다. 어떤 분들은 한 다리 걸쳐놓고 있는 상태는 창업에 대한 의지가 없는 상태로 판단하시고 함께 해볼 생각도 안 하시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생각을 가지고 다시 창업 처음으로 돌아가도 공동 창업자를 찾고 나가야겠다고 생각하진 않을 것이다. 공동 창업자를 찾는 과정 동안 배운 점도 많고 회사에 다녔다면 얻지 못했을 경험도 있다. 그래서 창업가 X가 공동 창업자가 없어서 퇴사를 고민한다면 정말 고민의 원인이 공동 창업자인지 잘 생각해 보라고 하고 싶고, 만약 그 외 이유가 없는 것 같다면 퇴사하고 더 적극적으로 찾아보면 어떻겠냐고 말해주고 싶다.
나는 내용을 ‘평균적으로 8개월 걸립니다’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지금 다시 찾아보니 20%라고 한다. 나는 평균보다 한참 늦었다고 생각이 바뀌었지만, 아무런 심리적 타격도 없긴 했다. 찾았음 됐지~
PMF를 찾기 위한 여정
앤틀러 전에는 큼직한 프로젝트 몇 개를 시도했지만 앤틀러에서는 PMF를 찾기 전에 논리적으로 사업의 성패를 추론해 보는 훈련을 했다. 그래서 앤틀러 기간에 실제로 프로덕트를 만들어내는 경험을 많이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배운 것도 꽤 크다.
Fullstack AI: BA 6 month ~ BA 3 month
3월부터 시도했던 건 Fullstack AI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 당시에는 예비 창업가분들을 많이 만났는데, 겹치는 고통 중 하나가 ‘개발자가 없으니 초기 프로덕트를 만들기 위해 채용을 하거나 외주를 맡겨야 하는데 둘 다 시간 소비가 심하고 비용도 엄청 많이 든다’는 것이었다. 말씀하시는 스펙은 사실 만드는데 엄청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외주 개발을 맡기면 2~3천만 원 사이가 되는 스펙이라고 한다. 당시 나는 지금의 AI 수준에서는 그 정도 스펙의 코드 베이스는 관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언제나 그렇듯 실전은 이론과 다르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론과 다르다기보단 현실엔 더 다양하게 고려해야 하는 요소가 많다. 모든 코드 베이스를 올리는 것은 Context 사이즈 문제도 있고, 백만 토큰을 쓸 수 있는 모델을 사용하더라도 비용 이슈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밀해야 하는 프로그래밍 언어가 정밀하지 않은 결과를 자꾸 받아서 테스트해야 하는 것도 문제였다.
하지만 여전히 불가능하지 않다. 개발자가 API 코드를 작성할 때 사고하는 흐름을 AI에 몇 단계로 나눠서 파이프라이닝 해두면 유의미한 결과를 만든다. 디버깅 과정도 코드를 컴파일하고 컴파일 에러가 생기면 LLM에 에러를 넘겨주고 코드를 수정하는 사이클을 만들 수 있다. 이런 걸 시도하는 팀도 많고 관련된 논문도 많아서 이때 논문을 엄청 많이 읽으면서 간단한 API 서버를 만들 수 있는 서비스까지는 도달했다. 단순하게 서버와 데이터베이스만 사용해야 하는 경우는 사용할 수 있는 정도? 하지만 OAuth라든지 클라우드 컴포넌트를 사용하는 것 등을 수행하지 못했다.
만들면서 든 생각은, ‘이거 파이프라인을 한 천 개 정도 만들면 정말 꽤 정밀하게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아’였다. 그런데 이 성공의 성패가 나에게 있지도 않은데 어느 정도 AI의 비용 문제와 성능 문제가 조금씩 더 나아질 것을 기대하면서 비즈니스를 해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었고, 같은 도전을 하는 다른 팀과 비교했을 때 자본도 인력도 없는 내가 이길 수 있는 요소가 뭘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나는 1,000개의 고도화된 AI 파이프라인을 만들 때까지 얼마나 걸릴까? 만약 불완전한 제품이더라도 고객에게 가치가 있는 걸까? 그런 대답들에 쉽게 끄덕이기 어려웠다. 이런저런 고민을 하던 와중에 다른 아이템을 해도 괜찮겠다는 시그널을 보게 되어서 이 프로젝트를 멈추고 다음으로 넘어갔다.
LLMOps - Flow: BA 3 month ~ BA 1 month
이전 아이템을 만들면서 내부 툴을 만들려고 한 적이 있었다. 이 내부 툴은 여러 Depth가 있는 LLM 호출을 쉽게 만들어주는 도구였다. 열심히 연구하는 동안 LLM 파이프라인을 자주 바꿔가며 테스트해야 했는데, 이 도구가 없으면 코드에서 자료 구조와 프롬프트를 관리하고 실행 순서도 코드에서 짜야 하는데, 이걸 반복하기에 시간 소비가 너무 심해 힘들었다. Dify 같은 서비스이고 내부적으로 Langgraph를 활용하고 있는 도구였다. 당시에 프로젝트를 도와주시던 분이 이를 같이 만들어주셨는데, 이런 내부 도구가 자신의 회사에서도 꼭 필요할 것 같다고 말씀을 해주셨다. 그래서 이 파이프라인 버전 관리 도구를 Flow
라고 이름 붙이고 고도화하기와 고객을 찾아보려는 시도를 한 달 반 정도 했다.
고객을 10팀 정도 만났던 것 같은데 대부분이 LLM 파이프라이닝을 통해 고도화할 필요성을 느끼고는 있지만 그것이 지금 당장인가? 하는 생각을 하고 계셨던 것 같다. 대부분의 서비스가 LLM 호출을 굉장히 단순하게 한 번 호출하는 정도로 사용하고 있었다. 큰 기업의 일부 Feature에 AI를 적용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AI가 메인 Feature를 담당하는 작은 스타트업들 모두 그랬다. 생각보다 AI를 복잡하게 사용해야만 하는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고객 인터뷰는 나름 좋은 인사이트를 줬고, Flow
가 해결해 주는 문제보다 더 큰 문제를 푸는 프로덕트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고객들은 다 동일하게 이런 얘기를 했다.
- Prompt 관리를 잘하고 싶어 한다.
- 빠르게 좋은 퀄리티 프롬프트에 도달하고 싶다.
LLMOps - Platea AI: BA 1 month ~ AA 0 month
인터뷰하던 팀들의 대부분은 프롬프트 평가와 관리를 Notion이나 스프레드시트로 했다. Prompt, Input, Output, Evaluation 값을 관리하는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서 팀원끼리 공유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사실 협업을 위한 결과지에 가까웠다. Prompt를 작성하고 테스트해야 하는 도메인 전문가와 개발자 사이에 어떤 협업 레이어가 부족함을 느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메이저 모델 여러 개를 테스트하는 환경을 마련하기 쉽지 않았다. Claude, Gemini, OpenAI 모델의 결과를 빠르게 비교하고 싶은데 각각 한 번씩 돌려보고 결과를 모아서 평가하는 방식이었다.
인터뷰를 도와주신 분 중에 우리나라에서 정말 AI 프로덕트를 잘 만들고 있다고 생각하는 팀의 대표님인 O 님이 자기 팀에서 만들어서 쓰고 있는 협업 도구를 보여주셨다. 여러 프롬프트 N개와 데이터 셋 M개를 NxM 형태의 테이블로 표현해 병렬 실행하는 아주 단순한 도구이다. 여러 모델과 설정값을 갖는 여러 프롬프트 결과를 한 번에 볼 수 있다. 하지만 로컬에서만 동작하는 서비스였기 때문에 이걸 협업할 수 있게만 만들어줘도 일단 우리 팀은 쓸 것 같다는 말씀을 주셨다.
꽤 현실적인 문제이면서 금방 만들어서 가져다드릴 수도 있고 많은 팀의 문제를 해소해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고 2주 동안 만들어서 냅다 가져다드렸다. 그리고 인터뷰했던 여러 팀에게도 소개해 드렸다. 하지만 생각보다 전환이 발생하지는 않았다.
앤틀러에 들어가기 전에 더 많은 고객에게 전달해 보자는 생각도 했고 결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정말 중요한 문제는 아닌 것으로 생각해서 Paypal을 붙인 뒤 Product Hunt에 게시했다. 특별히 타겟팅된 건 아니었지만 결제는 발생하지 않아서 그 이상 고도화하지 않았다. 올렸던 시기가 앤틀러에 들어온 이후였다.
최근엔 Platea AI와 비슷한, 그리고 조금 더 발전된 모습을 보이는 프로덕트들이 좀 보이고 있는데, 이 문제가 워낙 명확하다 보니 경쟁 제품이 많이 생기는 것 같다. 이걸 조금 더 붙잡고 싶었지만, 일단 앤틀러에 참여하면서 공동 창업자를 찾는 데 좀 더 초점을 옮기기로 했다.
4Q에 뒤적인 아이템
4Q에 뒤적였던 아이템을 다 나열하려면 진짜 1,000,000자 뚫을 것 같아서 다 적지는 못할 것 같다. 앤틀러에서는 창업자들에게 생각의 흐름이라고 해야 할지, 프레임워크라고 해야 할지, 아무튼 아이템을 찾는 방법을 훈련한다. 이 방법이 굉장히 독특하다기보다는 다들 생각하는 진짜 문제가 뭘지 알아내는 합리적인 방법이다. 개인적으로 ‘Five Whys’를 아주 디테일하게 훈련하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누구의 어떤 문제인지 정의하고 대안으로 해결되지 않는 걸 찾고 왜 그 대안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는지 알아봐야 한다. 대기업은 왜 안 하고 있을까? 기존에 대안들은 왜 해결되지 않는 이 부분을 남겨둔 걸까? 이런 질문을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때 진짜 어려운 점을 알게 된다.
앤틀러 이전에 얘기가 나오면 ‘대기업은 이런 거 안 하니까’라든지 ‘기존 상황에 익숙해져 있으니까’ 이런 얘기를 가장 많이 듣는 것 같다. 사실 이런 경우가 실제로 많을 수도 있지만, 이 아이디어가 내가 최초라고 생각하는 것도 오만하고, 뭐가 진짜 어려워서 이게 아직 해결되지 않은 것일지 미리 생각해 두는 것은 솔루션을 생각할 때 도움이 된다. 당연히 이런 것에 답하기 어렵다고 시작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이렇게 찾다 보면 정말 아이템 찾는 게 어려워진다. 물론 이 프레임워크가 항상 정답은 아니다. 모든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고 비즈니스를 시작하지 못할 건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런 질문에 답변을 완벽히 해도 비즈니스는 어렵다. 그래서 이렇게 날카롭게 깎아서 시작하는 것이 생존율을 올리는 데 도움을 주는 것 같다.
지금 해보고 있는 것
지금 해보고 있는 건 정보를 관리하고 소비하고 재생산하는 이 사이클에 들어가 보고 있다. B2C 제품이고 이 영역에서 아주 큰 문제를 겪는 사람이 어떤 사람들일지 아직은 정확하지 않은 상태다. 그렇지만 우리가 이 사이클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기도 하고 콘텐츠를 수집부터 재생산 사이클로 돈을 버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프로덕트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또 글로벌 프로덕트로 확장이 비교적 쉬운 영역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이 프로덕트의 마켓핏을 찾는 것에 실패하더라도 괜찮다… 또 찾아 나서면 되니까…
2025년에는
이번 해는 지난해에 못 이룬 PMF 찾기 목표를 위해 열심히 뛰어야 한다. MAU 10만 이상의 프로덕트를 만들고 월 반복 매출 $50,000을 달성하고 싶다. 그리고 지난 해에 이어서 책 읽기 목표를 만들었다. 지난해보다 5권 더 많이 읽기를 목표로 할 예정이다. 그리고 잃었던 건강도 또다시 되찾기 위해 노력하리라…
올해는 정말 너무 많은 이벤트가 있어서 정말 기록하고 싶던 핵심적인 것만 담았음에도 엄청나게 긴 글을 만들어냈다. 중간중간 글을 좀 써야 할 것 같다.
2024년, 창업 1년 차 회고